7월 31일 지니어스, 어셈블리 외 잡담

* 이 글에는 지니어스, 어셈블리, 무한도전, 마이리틀텔레비전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1) 무한도전

-EDM만 어떻게든 하려는 모습을 보면 뭔가 씁쓸하다. EDM에 너무 무게를 많이 두는 가요계의 모습이 반영된 거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무도에서 가수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같아서 좀 불편하다. 윤상처럼 옛날부터 전자음악을 했던 사람이거나 EDM에 잘 어울릴만한 빅뱅 같은 아이돌 그룹이면 몰라도. 별로 안 어울리는 가수한테도 그런걸 시키다니. 물론 이미지 변화야 할 수 있는 거지만, 가수의 창법이나 추구해온 노래 스타일은 쉽게 변하기 어려운 것이고, 쉽게 변한다면 많이 아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 공들여서 가꾸고 만들어낸 목소리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인데- 아무리 이벤트라고 해도 전혀 다른 걸 하라고 하는 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우리 나라에서 잘나간다는 가수들에게 곡이 안 좋다고 다시 써오라고 하고, 음악 스타일마저 종용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무한도전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서라도, 무한도전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무한도전이 항상 내세우던 말,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6남자'는 그만 나왔으면 한다. 무한도전을 참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능 중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네임 중에 하나를 갖고 있는 방송과 그로 인하여 많은 이득을 얻은 멤버들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 평균 이하'는 어울리지 않는다.
-조금 곁가지로 나가자면. 정형돈이 얼마 전에 꿈을 계속 믿고 나아가라고 강연에서 말한 걸 짤방으로 본 적이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개그맨을 선택한 정형돈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첨가되어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형돈처럼 무한도전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못 받고, 거기에 최고의 무대에서 3년이나 아무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도 자리를 보전받는 행운을 얻지 못한다.

2) 지니어스

-이번 매인매치는 배짱 싸움이었음.
-결국 끝까지 버티고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충신 팀의 승리. 멘탈의 승리.
-역적 3명 모두 실수를 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3명이 단결할 시간이 없던 것도 아쉬운 대목.
-충신은 역적 2명만 찾아내면 되는 게임.
-감옥 때문에 한 명만으로는 게임을 끝낼 수 없게 만들었음.
-감옥 정원은 2명, 역적은 3명이어서 2명이 감옥에 있어도 3번째 역적이 게임을 흔들 수 있었음.
-진짜 원주율이었을 줄이야. 거기서 반은 충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듯. 그런데 원주율에 0이 나오나?
-역적이 이기는 조건이 더 까다롭고 수적으로도 열세인만큼, 보상은 더 크다.
-충신은 서로 배신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역적이 몰래 섞여 있어서 서로 불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동민이 사람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읽어낸다.
-김경훈이 한 건 했음. 김유현의 모습을 포착하면서 조급해지도록 몰아갔다.
-홍진호는 멍~ ㅋㅋㅋㅋ 오히려 설득당하고 있음 ㅋㅋㅋㅋ 프라하 갔다와서 아직 정신 못 차렸나ㅋㅋㅋ
-데스매치는 블러핑에 실패한 김유현이 졌음.


3) 마이리틀 텔레비전

-김영만 아저씨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던지는 개그나 몸짓은 진짜 옛날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말에는 따뜻한 감성이 있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려가 있다.
환갑인 어머니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전에 인터넷에서 백종원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손꼽힌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막았네.
-김영만 우승 발표 후 백종원의 표정은 매력적이었다.


4) 어셈블리

-'국회보좌관을 지닌 작가의 본격 정치 드라마' 라고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두 가지 드라마를 합쳐놓은 것 같다.
a) '현실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 서로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백총장, 박의원 등이 주요인물로 나온다. 분위기가 무겁다.
b)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주는 부분.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이상을 추구한다. 진상필, 최인경 등이 주요인물이다.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면이 있다. 수준을 낮춰서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부분도 제공해준다.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 건 a) 의 부분. 국회보좌관으로서 의원들의 모습을 직접 본 작가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건 b). 아무래도 진상필 의원의 영웅 연대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최종보스가 백총장이 될지, 박의원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진상필 의원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국민 하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국민의 지지를 얻고 진정한 정치인으로 자리잡는(그게 대통령이 되든, 여당 거물 정치인이 되든, 무소속 의원이 되든 간에) 모습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b)로 흘러가면 '국민을 위하여'라고 하면서 오글거리게 만드는 드라마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별로 현실적이지도 않고, 이야기의 구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면서, 오로지 고등학교(대학교도 아니다) 정치 교과서에서나 나올만한 수준의 정신성을 갖고 드라마를 이끌어갈 것 같다. 그러기에 쓸떼없는 감정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도 높는데, 이미 초반에 진상필 의원의 정치입문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감정 과잉을 일으키지 않았나. 솔직히 말해서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최인경도 중요한 캐릭터이다. 청와대서도 일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진상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게 된 최인경. 하지만 그녀는 능력은 있으나 신분은 없고, 이상은 있으나 현실은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게 원칙을 강조하는 최인경이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곧다느니 현실적이지 못하다느니 할 때는 좀 웃기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여성은 보조캐릭터 이상의 역할은 갖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참모도 조금 더 멋있게 그려낼 수 있지 않나. <덴마>의 하즈처럼 천하를 움켜쥐게 만드는 참모는 얼마나 멋지나. 하지만 극중 최인경은 이상은 높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지 못하고, 소리만 꽥꽥 지르는 캐릭터 이상이 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그녀가 가진 지식을 제대로 진상필 의원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판을 제대로 짜는 것도 아니고, 일처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 타임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잔소리꾼 이상이 되기 힘들다. 그녀는 작가 대신에 극중에서 정치교과서를 읽어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거다.
-차라리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이야기로 관철시키는게 나을 뻔했음. '정치를 끝까지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라는 대사를 드라마 전체의 명제로 만들어서 이끌어나갔으면, 진상필 의원이 정치의 마성에 빠지는 걸 보여줬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병원 내 정치를 다룬 <하얀거탑>도, 음악계 내 정치를 다룬 <밀회>도 성공적이었는데, 국회 내 정치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성공 못할 게 없지 않나.
-이 드라마를 보면서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그 경험을 이야기로 잘 만드는 건 다른 것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5) 치즈 인 더 트랩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다고 한다.
-원작을 조금만 봤을 때 내 취향이 아니어서 큰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다른 의미로 기대가 가지 않는 건, 우리 나라 드라마들이 리메이크를 참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심야식당>이란 괜찮은 작품을 기록적인 흑역사로 재탄생시키지 않았던가.
-리메이크 드라마를 보면, 정말 제작진이 원작의 가장 중요한 걸 제대로 이해했는지, 뭘 살리고 뭘 죽여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미생>을 예로 들어보자. 직장인들의 삶을 이야기로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웹툰이다. 이 웹툰에는 여러 가지 미덕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각 캐릭터를 사려깊게 선정하고,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회사 내 여러 직책의 이야기를 다 담아냈다는 점이다. 임원급의 이야기(사장, 상무), 부장의 이야기(오부장), 대리의 이야기(김대리), 여성 직원의 이야기(성차장, 안영이), 평범하게 입사한 직원의 이야기(장백기), 비정규직의 이야기(장그래).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감독이 장백기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해서(감독이 인터뷰에서 감정이입했다고 말했다) 이야기 구조를 다 무시하고 장백기에게 이야기를 몰아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백기는 노스펙 비정규직에게 계속 질투심을 느끼고, 안영이하고 러브라인이 요상하게 싹트고, 비정규직이 겪을만한 고충과 단련을 겪게 된다(문장줄이기&양말 팔기). 덕분에 장백기는 정말 고스펙 입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 되었고, 드라마의 이야기는 참 안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요르단 사건 이후에 드라마 <미생>이 거의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리메이크든 아니든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가 이상해지는 것을 제작진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 대놓고 PPL을 요구하면서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모습들이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러니 <미생>에서 회식 메뉴가 막창에서 치즈닭갈비로 변한 거겠지). 이건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노희경 작가처럼 PPL도 비교적 거슬리지 않게 이야기 속에 잘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지던가, PPL에서 자유로워지던가 둘 중 하나의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은 부분이다.

by 어떤날 | 2015/08/01 19:2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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