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스포 있음) 지니어스 시즌 2 3 & 4화: 맵핵
* 3회와 4회의 흐름은 비슷했다. 메인게임은 나름대로 머리를 쓸 여지가 많은 게임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필승법을 찾았다. 상대편의 배신을 통해 모든 정보를 얻는 것이다. 상대팀이 뭘 하는지 다 아니까 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맵핵을 사용한 셈이다. 스타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맵핵을 사용한 사람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것이다.
* 사실 3화에는 필승법이 있다. 9인 연합이다. 이루어지기는 힘들어도 9명이 2명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리고 합의가 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화에서도 이론적으로는 10인 연합이 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9인 연합을 이루는 것은 힘들다. 짧은 시간에 2명을 배제하고 9명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존이라는 이권을 위해서는 남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3화에서는 결과적으로는 9인 연합이 되었다. 배신을 밝힌 후에 이은결과 임요환이 스멀스멀 반대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두 라운드에서 조유영과 이다혜는 9인 연합의 제물이 되었다.
* 3화의 데스매치에서 조유영의 모습은 대단했다. 앞서갔다가 상대에게 따라잡힌 상황에서 침착성을 유지하고 다시 기세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3화와 4화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4화는 팀이 확실하게 정해졌다는 점에서 운명 공동체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3화에서는 팀이 유동적이고, 배신이 일어나니까 다른쪽으로 발빠르게 넘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4화는 승패에 따라 팀 전체가 메리트를 받는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에 양상이 다르다.
* 이은결은 참 아쉽다. 지니어스에서 처음으로 병풍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은결은 배신을 완벽하게 했다. 자기 팀에서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의심조차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상민이 나서준 덕분도 있지만). 상대팀에서 밀고만 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은지원이 이상민을 지명했다면 4화는 그의 지배 아래 있던 라운드라고 말할 수 있다(이은결이 밝혀지기 전에는 이상민이 상당히 의심을 받았기 때문에 은지원이 이상민을 선택했을 개연성도 높다).
* 이은결이 은지원을 선택한 것도 제대로 봤다고 생각한다. 사실 3화를 보면서 홍-은-노-이상민이 합치면 질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홍진호의 게임능력과 이상민의 감, 남은 두 명의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은-노-이상민의 결속력이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나머지가 힘을 모아도 이겨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후반부로 갈 수록 4명이 그대로 가면 머릿수로 누르기도 힘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이은결은 큰 그림을 잘 봤다. 단순히 이번 라운드를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 이은결의 실수는 은지원을 선택하는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에 이은결이 자신의 생존만을 원했다면, 홍진호 연합은 그를 보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고 한 명을 지명해달라는 것에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이은결은 이번 라운드의 승리를 주는 것으로 대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홍진호 연합의 세 명은 그렇지 않았다. 리허설에서 단 둘이 있을 시간에 그것을 확답을 얻을 필요가 있었다.
* 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이은결이 배신자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리허설 때의 모습이 고의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팀과 공동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둘 만이 있을 수 있으니, 작업하기 얼마나 좋아.
* 데스매치에서 임윤선-이상민-임요환의 선택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은결 때문에 패배했으니까. 임윤선이 조금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패배의 원흉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 홍진호와 유정현의 선택도 당연하다. 그들은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준다 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했다. 그리고 홍진호가 그렇게 화가 난 것도 이해가 된다. 배신자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은 것은 최소한의 룰을 지켜주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3화에서 이두희를 중간에 밝힌 것은, 밝혀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두희는 생명의 징표를 획득했다. 하지만 4화는 팀전이기 때문에 배신자를 감춰주고, 밝혀졌어도 도와줬어야 했다. 그게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최소한의 룰이다. 아무리 배신이 허용된다고 해도,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게임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신자가 버려졌는데 누가 다음에 배신자로 나서겠나. 시즌1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룰들은 지켜졌다. 특히 가넷이 걸린 거래는 분명하게 지켜졌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배신자도 가넷 거래도(이은결-노홍철) 안 지켜졌다. 모든 순간을 의심해야 하는 막장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 욕을 많이 먹는 노홍철, 조유영, 이두희. 여기서 노홍철은 다르다. 노홍철은 분명하게 친목질의 이유로 은지원을 도와줬다. 고의적으로 배신자의 존재를 누설하고, 데스매치에서도 가넷을 빙자하여 배신했다. 욕 먹을만하다.
* 조유영, 이두희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은결 때문에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조유영의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그건 그냥 구실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이후에 조유영과 이두희의 대화 중에 "이은결이 항상 양쪽에 걸쳐서 행동했던 것이 불편했다"는 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후좌우의 맥락을 다 무시하고, 그냥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릴 기회가 와서 떨어뜨렸다. 그럴 수는 있지만(일단 은지원을 데스매치에 지목했으니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게임을 재미 없게 만들었다. 앞서 말한 최소한의 룰은 유지가 되어야 게임의 흐름도 예측되지. 거기에 그들의 행동은 이치에도 맞지 않았으니.
* 은지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벙찐 상황이다. 게임 전략도 안 세우다가 게임에 지고, (그의 입장에서는) 뜬끔없이 데스매치에 몰리고, 뭐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이은결을 떨어뜨리는 분위기로 가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 다음 라운드 진출했네.
* 이상민은 열심히 줄 타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구석에서 썬글라스 낀 녀석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 알고보니 진짜 병풍은 임요환이었다.
* 홍진호는 여전히 게임감각이나 판을 만드는 모습에서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계속 우승했다. 이 멤버구성에서- 다구리 맞지 않는 한- 홍진호가 우승을 놓칠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데스매치가 개인전이면, 홍진호가 떨어질 가능성도 적어보인다.
* 유정현이 정말 재밌다. 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능력도 없어보이고 팀으로 영입될 때도 항상 마지막인데 지금까지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인자기처럼 위치 선정에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이제는 배신 말고 두뇌싸움으로 결정되는 게임을 보고 싶다.
# by | 2013/12/31 01:57 | 그냥 잡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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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정치력 말고 개인의 능력이 극대화되는 게임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니 제작진이 게임을 잘 선정해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