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까지의 지니어스 (스포 있음)

* 요즘 지니어스를 참 재밌게 보고 있다. 

* 두뇌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두뇌게임으로 진행되는 지니어스를 재밌게 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예능에서 자주 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몰입해서 보게 된다. 

* 그러나 단순히 두뇌게임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의 참가자 수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우승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다보니, 게임만이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고려하는 것도 변수로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양상이 더욱 다양해지고, 따라서 더욱 재밌어진다. 

* 지니어스와 유사한 면이 많은 만화 '라이어'와 다른 점은 참가자 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라이어'는 특정 참가자의 능력이 너무 강해서, 비대칭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 즉, 나머지는 중심적인 인물의 말밖에 안 되고, 결국 2, 3명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지니어스에서도 강한 참가자와 묻어가는 참가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라이어만큼 심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나름 한 가닥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나름의 능력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

* 1, 2화는 사람도 많았고, 초반이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가넷도 적었기 때문에 딜을 할 수 있는 재료 자체가 적은 상황이었다. 3회로 넘어가면서 슬슬 제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 지니어스에서는 결국 두 가지가 관건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능력과 사람을 자기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 3회를 보고난 다음에, 개인적으로 김구라, 이상민, 홍진호가 3위 안에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 탁월하고, 이상민은 두 가지가 적절하며, 홍진호는 게임에 대한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홍진호는 무조건 2위가 어울리기 때문에 2위를 예상- 그리고 김구라는 탑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둔하는 권력자가 더 어울린다)에 3위, 결국 이상민이 우승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홍진호와 김구라의 데스매치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김구라가 탈락했다. 

* 차민수는 역시 프로겜블러답게, 게임에 대한 파악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움직이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다지 우승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청난 상금을 타왔던 사람이 1억에 흔들릴 것 같지는 않고- 방송보니 무슨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도 아니었다.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 녹화를 7, 8시간씩 해서 힘들다는 말도 했다. 그런 면에서 나이(체력저하와 동기저하)가 차민수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셈이다. 성규와의 데스메치도 결국 이러한 동기의식이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 이준석은 참 아쉽다. 떨어졌을 때 가장 아쉬웠던 사람이다. 너무 일찍 떨어졌다. 일단, 캐릭터가 확실하고, 머리도 비상하기 때문에 이런 두뇌게임에서 멋진 장면을 많이 만들만한 사람이다. 특히, 현역 정치인이 대선게임을 했으면 참 재밌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역 정치인인 이준석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가장 먼저 탈락했다- 그것도 자신의 파트너한테 배신당해서. 그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질투로 인한 탈락은 어쩌면 그의 현실적인 정치생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김구라는 사람을 참 잘 다룬다. 그 능력은 지니어스에서 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강압적인 방식이 들어가기 때문에, 좀더 부드러웠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는 게임 능력은 그렇게까지 탁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사람이 적어지는 후반 라운드에서는 불리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6회에서 김구라가 보여준 신경질적이고 포기하려는 듯한 모습은 좀 실망스러웠다.

* 홍진호는 프로게이머 출신 답게 역시 게임의 고수다. 홍진호와 김풍의 결정적인 차이는, 홍진호는 혼자만의 힘으로 게임을 이끌만한 저력이 있다는 점이다. 운에 맡긴 김풍과는 많이 다르다. 홍진호가 얼마만큼 올라갈 수 있을까. 홍진호의 과학인 준우승으로 귀결될까, 아니면 이벤트전의 강자로서의 과학이 적용될까.

* 차유람은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프로당구선수답게, 승부를 볼 줄 아는 사람 같다. 물론, 메인메치에서 차유람은 활약이 별로 없어보인다. 하지만 데스메치에서, 특히 꼭 필요할 때 그녀는 승부를 건다. 김민서나 최정문이 그저 인정에 호소하고,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애매하게 공작을 벌일 때, 차유람은 확실하게 딜을 하면서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이 데스메치를 유일하게 두번 견뎌낸 이유가 아닌가 싶다. 

* 지금까지 데스메치는 먼저 탈락후보로 지정된 사람이 6번 이겼다. 7회에서 처음으로 나중에 지목된 사람이 이겼다. 아마 탈락후보로 먼저 정해진 사람(게임결과에 따라 예감할 수 있으니)은 그만큼 마음의 준비가 되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 7회의 데스메치는 그 이전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데스메치 중에서 최악이었다. 그것은 두 가지다. 김풍 같은 경우는 이미 마음을 놓은 상황이어서 그만한 (승리를 위한) 독기가 없어보였다는 점이 하나다. 그다지 살아나려는 모습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구라처럼 목숨 걸고 베팅으로 상대를 압박한 것도 아니고... 또 한가지 최악의 점은, 게임을 못하는 사람 두명이서 맞붙었다는 점이다. 한 명은 게임이 시작되었는데도 룰을 숙지하지 못했고, 한 명은 감각이 부족해서 3합만에 게임이 결정되어버렸다. 야구로 치면, 이미 1회초에 경기가 결정되어버린 셈이다. 

* 6회의 데스메치는 그에 비하면 훨씬 긴박했고, 재밌었다. 인디언 포커는 운도 있지만, 강력한 배짱, 베팅에 관한 타이밍, 상대에 대한 관찰력도 중요하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상대 카드의 숫자만이 아니라, 나의 카드의 숫자를 보는 상대의 표정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6회 때 김구라가 1을 들었을 때 귀신같이 포기한 것도, 순간적으로 홍진호의 표정을 보고 파악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김구라는 심리전을 강하게 걸어서, 초반부터 엄청나게 몰아붙인다. 기싸움을 완전히 제압한다. 사람 잘 다루는 그의 특기가 정말 잘 발휘되었다. 하지만 홍진호는 엄청나게 밀리면서도 끝까지 버텨낸다. 그리고 그의 탁월한 게임 능력을 살려서, 카드 카운팅으로 결국 역전한다(카드 카운팅은 어느 정도 카드가 소진되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카드덱 오픈 이후 한동안 빨리 죽은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쫄깃한 데스메치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 성규는 처음에는 어벙했지만, 갈수록 실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독자세력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결국 이상민-홍진호-성규 가 각기 노선을 갖고, 3명의 여성 연합이 하나의 묶음으로 숫자의 힘을 보유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지니어스의 게임 상으 문제점들은... 분명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이 이야기했으니까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겠다. 

* 그나저나, 다음 게임 이름이 '콩의 딜레마'라니ㅋㅋㅋ

by 어떤날 | 2013/06/08 21:59 | 그냥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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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swahres at 2013/07/29 19:46
프로게이머들이 하도 사람 속을 읽고서 플레이하는데에 능숙해서 도박이나 게임을 왠만한 사람보다 잘하지요.ㅎ
대표적인 예로 억대급 연봉을 내는 뜨랑이가 있고..
Commented by 어떤날 at 2013/08/02 23:46
베르트랑이라, 추억의 이름이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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