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5일
머니게임 결말 (스포 포함)
# by | 2021/05/15 20:53 | 그냥 잡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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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18/11/16 06:05 | 야구 잡담 | 트랙백 | 덧글(2)
독일의 드라마이다. 시즌2까지 나왔지만 사실상 시즌1과 2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냥 총 16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3명의 감독이 공동연출 했는데, 그중 한 명은 Tom Tykwer 라고, 영화 Cloud Atlas 와 드라마 Sense 8 의 감독이다. 독일 소설 Der nasse Fisch (젖은 물고기 정도로 번역해야 하나...) 가 원작이다. 제작비 4000만 달러로 비유럽권 드라마로서는 역대 최고 제작비라고 한다. 독일에서 흥행에 성공해서 현재 시즌 3을 촬영하고 있다.
1929년 베를린.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바가 있던 형사 게레온 라트는 특별임무 때문에 쾰른을 떠나서 베를린에 도착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베를린에 도착했던 라트 형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임무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소련인의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라트 형사는 가난한 계급 출신이지만 총명하며 경찰서에서 일하는 샬롯데 리터라는 여성의 도움을 받아 점차 그 시체와 관련된 진상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라트 형사는 소련 마피아와 독일 옛 군부 출신 극우파가 연관된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게 되는데...
진입장벽이 좀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즐기려면 역사적인 지식도 좀 필요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이 4개 정도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소개하고 보여주는데 시간이 들어간다. 첫 화부터 빵빵 터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우리 나라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대충 5화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을 든다. 군데군데 촬영이 좀 어설픈 느낌이 드는 곳도 있다.
그래도 재밌는 드라마이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지 않고, 원작 자체도 수백만부가 팔린 인기 소설이기 때문에 흥행성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작품이다. 거기에 살인, 마약, 성 같은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미없기도 힘들다.
이야기 자체도 재밌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1929년의 베를린을 재현한 점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이기 때문에 베를린이 잿더미였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 쉽지만 그건 사실 2차 대전 직후의 모습이다. 1차 대전 당시에는 폭격기의 대규모 폭탄투하나 원거리 미사일이 없었기 때문에 전방과는 다르게 베를린에서는 전쟁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베를린에는 트램도 다니고 지하철도 다니고 마차와 자동차도 다니고 고급 식당과 카페도 많았다.
드라마를 통해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이나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화려함의 극치인 무도회장과 우울함의 극치인 빈민층의 집과 마약 중독자 소굴이 모두 나온다. 괜히 유럽 최대의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의복 재현도 철저해서, 중산층 남자는 모두 정장에 중절모, 노동자 계급의 남자는 모두 멜빵에 빵모자, 여자들도 대부분 외출시에는 모자를 쓰고 간다. 청년들은 자기들끼리 동호회로 모이면서 청춘을 즐긴다. 거기다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일어나는 충돌도 실감나게 재현한다.
오래된 사진이나 책으로만 접했던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던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파울 틸리히가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베를린에서는 전쟁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너무 융성해서 충격 받았다는 점 (이 점은 그가 종교 사회주의로 전환하도록 큰 영향을 준다) 또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공기는 에로틱함으로 가득 차있다"는 그의 말이 드라마 내에서 잘 구현되어있다. 또한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겪는 전쟁 후유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어떠한 도움과 이해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참전 군인들을 전쟁의 패배자이자 실패자로 멸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전쟁을 내부의 적 때문에 패배했다고 생각하던 극우파의 모습도 잘 드러난다. 높은 실업률 (팻말을 들고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경찰서에서 하루 일거리를 찾는 여성들), 큰 빈부격차, 노동자들의 시위,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회적인 혼란과 불안정 등 귀로만 들었던 이야기를 눈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해야 하는 것은 드라마의 시간적인 배경이 1929년이라는 점이다. 이게 중요한 것은 1920년대를 베를린의 황금기 (Goldene Zwanziger) 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33년에는 나치가 집권하는데, 나치 치하 자체가 흑역사일 뿐더러 당시에는 많은 예술가들을 타락한 예술이라면서 탄압했다. 45년부터는 냉전이 시작하면서 도시가 갈라졌으니 좋은 시기라고 말하기 힘들고,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통일 후유증 (정확하게 말하자면 냉전 후유증) 이 남아있고, 오늘날 독일은 연방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수도에 힘이 집중되는 현상은 나타나기 힘들다. 정치적으로는 베를린이 핵심이 맞지만 (의회가 베를린에 있음) 경제적으로는 프랑크푸르트가 중요하고, 문화적으로는 뮌헨의 힘이 크다. 그러니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역사로만 보자면 20년대가 리즈 시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당시 인구 (약 430만명) 도 현재 인구 (360만명) 보다 많다 (하지만 오늘날 베를린의 위성도시들 인구까지 합치면 대충 비슷해진다).
20년대가 베를린의 황금기가 되는데에는 19세기부터 계속 이어진 프로이센의 베를린 중심정책에도 큰 영향이 있지만 대 베를린법 (Groß Berlin Gesetz) 의 영향도 크다. 1919년 베를린의 도시경계를 확대하는 법이다. 이로 인하여 베를린은 66제곱킬로미터에서 878제곱킬로미터로 급팽창했다. 이로 인해 베를린은 당시 면적으로는 LA에 이어서 세계 2위, 인구로는 뉴욕과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의 도시가 되었다. 전 해와 비교해서 베를린의 인구는 2배로 급증 (약 380만명) 하고 1929년까지 계속 증가한다. 이렇게 도시가 갑자기 커진 덕분에 많은 산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고, 따라서 노동자들도 많아지면서 베를린은 노동자들의 도시가 되었다 (드라마 내에서 괜히 노동자들의 시위기 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게 도시가 커지다보니 일자리를 찾아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와서 도시가 젊어지기도 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자유로운 예술을 즐기는 도시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도시가 갑작스럽게 커지다보면 당연히 부작용도 발생하는데, 슬럼가의 형성, 빈부격차의 확대, 범죄 증가, 치안 유지 감당 못함, 이로 인하여 전문적/조직적 범죄자들이 자리잡음 등이다. 그러다보니 도시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젊음과 예술이 넘쳐나면서도 무서운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 된다. 괜히 이 드라마를 광고하는 말 중에 "죄악의 도시에 환영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이 드라마의 제목부터 이런 측면을 강하게 시사하는데, 여기서 바빌론은 성경의 "음녀 바빌론"에서 가지고 온 말이다. 실제로 당시에 베를린은 이러한 이름으로 자주 불렸다고 한다. 이런 거대한 창조적 엉망진창의 도시를 남자 주인공 게레온 라트를 따라 우리도 조금씩 알아간다.
참고로 이 드라마를 독일 드라마의 표준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독일 드라마들을 봐야겠다 싶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단언컨대 독일은 드라마를 잘 못 만든다. 내가 재밌게 본 독일 드라마는 역대 최고 제작비를 쏟아부은 이 드라마와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다크 밖에 없다. 독일애들도 이 드라마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독일 드라마 치고 잘 만들었다," "독일 드라마인데 HBO 에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같은 이유이다.
# by | 2018/11/10 03:35 | 트랙백
# by | 2018/09/28 18:53 | 축구 잡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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